남자로 태어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성장을 하고, 결혼하여 남편이 되고, 자녀를 낳으면 비로소 아버지가 된다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란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자식을 낳으면 곧바로 아버지가 되고 마는 걸까? 하지만 헨리 나우웬(Henri Machiel Nouwen)은 오늘의 현실을 가리켜 “부모는 있지만 아버지는 없는 시대”라고 하였다. 즉, ‘부권 상실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떻게 오늘의 사회가 도덕적, 윤리적, 성적으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는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권위가 상실되었다는 것은 오늘의 가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되어 진다.
가정은 동서고금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삶의 영역이고 또한 인간 형성이 최초로 이루어지는 교육의 장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가족이란 실로 오묘한 관계다. 자식은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투덜대지만, 부모 역시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알 수 없는 자식에게 본분을 다해야 하는 처지다. 특별히 모든 아버지의 공통점이 아버지가 처음이라 매사에 아버지의 역할에 서툴렀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완벽한 남편은 없다. 대부분 남편이 무엇인지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르고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학교는 ‘잘 모르고 살아온 길’의 한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자신의 삶을 새로운 형태로 인식하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자기 삶으로 수용, 선택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의 출발점이다. ‘자기중심적 삶’에서 ‘남편’과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구도자의 심정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민 사회에서 폐쇄된 삶을 사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꼭 필요한 최고의 인문학교인 셈이다. 그리고 학교를 수료하고 나면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아버지들이여, 화해의 손을 내미십시오.”라는 글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학교에 참여한 동기를 살펴보면 ‘아내에게 등 떠밀려’, ‘교회 목회자와 장로님 권유’, ‘성질이 급해 아내와 다툼이 잦아 고쳐 보고자’ ‘자녀와의 틀어진 관계 회복을 위해’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저 준비 없이 살아온 아버지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진정한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버지들이 거기에 있었다.
4일에 걸친 수업에서 “왜 지금까지 이것을 몰랐을까?” 혹은 “알면서도 표현 방법이 서투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생각했다”, “진정한 남편과 아버지의 삶을 오늘의 나에게 반영해 보고, 내 속에 있던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골을 밀어내고 진정한 아버지로서 재탄생을 보게 되었다”라는 참가자들의 말이 아버지학교의 중요성을 표현해 주기도 했다.
타우랑가 한인교회 김성종 목사는 “지난 2017년 두란노아버지학교 제 6,896차 오클랜드 11기를 수료하며 받은 은혜가 컸다. 먼저 은혜받은 분들이 오셔서 강사로, 스텝으로 섬겨주시는 모습에 감동했고, 아들/아버지/남편으로서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위로 받고, 더 나은 성경적 남성으로 든든히 서기 위해 결단하는 시간이었다. 타우랑가의 아버지들과도 이 은혜를 나누고 싶어 타우랑가 목회자들께 마음을 나누었고 함께 연합하여 은혜 가운데 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를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함께 기도하며 헌신해주신 타우랑가 목사님들과 타우랑가 아버지들과 타우랑가 성도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 귀한 사역을 위해 먼길 마다 않고 한국에서 오신 세 분의 강사님들과 오클랜드에서 오신 아홉 분의 스텝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우랑가 샘물교회 김기오 목사는 “나 역시 아버지학교의 지원자로서 참여하여 두 가지 큰 감동을 하였다. 하나는, 아버지학교가 진행되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묵직한 ‘남자의 향기’에 흠뻑 취했다. 남자들이 이처럼 진지함과 솔직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고,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속을 말하고, 받아들이고 교통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혹, 술이나 한잔 마셔야 말을 꺼낼 수 있던 자기 속살 같은 깊은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맨정신으로 드러냈다. 그 순간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살았지만,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던 남자의 꽃망울이 열리면서 ‘남자의 향’이 터졌다. 그 향은 향기가 되어 공간과 사람들의 마음을 채웠다.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고백과 결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남자들의 짙고 진솔한 향기는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울음과 울림을 주었다. 이것이 하늘 아버지께서 하시는 역사이다"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또 다른 하나의 감동은, 타우랑가 한인교회와 타우랑가 샘물교회의 교통이었다. 두 교회는 타우랑가 지역 안에 오랜 시간 함께 있었어도 서로 각자 흘러가는 물이었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각각 자기의 물줄기를 따라 흘러가다가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만나 합쳐져 한강이 되어 흐르는 것처럼 <아버지학교 타우랑가 1기>를 통하여 두 교회의 두 물줄기가 서로 섞여 한 물줄기가 되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본디 주님 안에서 발원한 생수로 하나였다. <아버지학교 타우랑가 1기>를 통하여 타우랑가에서 두 교회가 하나의 물이 되어 흘러가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은 참으로 큰 감동이고, 기쁨이었다. 그렇게 ‘남자의 향기’를 넘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주의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벅차고 기뻤는지 모른다. 음식 준비를 하는 여전도 어머니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였으니 이는 그리스도의 향이 배가되는 더더욱 아름다운 일이다. 이것이 하늘 아버지께서 하시는 역사이다. 타우랑가의 아버지학교를 위하여 한국과 오클랜드, 그리고 타우랑가에서 자원하여 섬김과 헌신을 다해주신 주의 형제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두란노아버지학교 최성완 이사장은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아버지들이 하나님과의 친밀감과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서 행복한 믿음의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학교이다. 이번 타우랑가 1기 아버지학교를 통해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가장의 무게를 외롭게 지고 가는 아버지들이 위로받고 ‘나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사 제공: 타우랑가 아버지학교 1기
송성한 기자 onechurchn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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